블로그/칼럼 난치질환 클리닉
블로그 2026년 7월 13일

숨을 쉴 때, 골반까지 함께 움직이십니까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숨을 크게 들이쉬어 보십시오. 어디가 움직이십니까.

가슴만 들썩이는 분이 있습니다. 배까지 부풀어 오르는 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편안한 숨에서는, 아랫배와 골반 바닥, 꼬리뼈 근처까지 미세하게 함께 움직입니다.

대부분은 이 마지막 움직임을 느껴본 적이 없으실 겁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이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이 움직임이 사라진 분들에게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습니다.

호흡은 가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숨을 들이쉬면 횡격막이 내려갑니다. 횡격막이 내려가면 배 안의 압력이 올라갑니다. 그 압력은 배 안에 갇혀 있지 않고, 아래로 골반 바닥까지, 뒤로 척추와 천골까지 전해집니다.

이 압력 파동은 하루에 이만 번 넘게 반복됩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계속됩니다.

그리고 이 파동은 단지 숨을 쉬는 데만 쓰이지 않습니다.

  • 다리에서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의 흐름을 돕습니다.
  • 심장이 밀어주지 못하는 림프의 흐름을 밀어 올립니다.
  • 장이 내용물을 섞고 밀어내는 연동 운동의 배경 리듬이 됩니다.
  • 골반 안의 장기들이 서로 붙지 않고 미끄러지도록 끊임없이 자리를 바꿔 줍니다.

호흡이 몸 전체의 압력 펌프라는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호흡은 숨을 쉬는 일이 아닙니다) 오늘은 그 파동이 가장 멀리 도달하는 자리 — 골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파동이 골반까지 가지 않으면

숨이 얕아지고 가슴에서 끝나면, 골반은 하루 종일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임상 관찰과 해석입니다. 이런 분들에게서 저는 다음과 같은 호소를 반복해서 듣습니다.

  • 서혜부(사타구니)가 당기고 뻐근합니다.
  • 고관절 깊은 곳이 아픈데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습니다.
  • 아랫배가 묵직하고, 아래가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방광염, 질염, 전립선 불편감이 낫는 듯하다가 자꾸 되돌아옵니다.
  • 오래 앉아 있으면 회음부나 꼬리뼈 주변이 화끈거리거나 뻐근합니다.
  • 아랫배가 늘 차고, 대변이나 소변 리듬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 증상들은 서로 상관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비뇨기과, 산부인과, 정형외과로 각각 흩어져 검사를 받고, 각각 "큰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오십니다.

저는 이 증상들이 한 자리의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골반이라는 공간에서 흐름과 움직임이 멈춘 것입니다.

왜 되돌아올까

멈춘 공간에서는 두 가지가 일어납니다.

고입니다. 정맥과 림프의 회수가 느려지면 골반 안에 체액이 정체됩니다. 무겁고 묵직한 느낌, 오래 앉으면 심해지는 불편감이 여기서 옵니다.

마릅니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정체와 건조는 함께 옵니다. 고인 물은 조직 사이에 갇혀 있고, 정작 점막이 필요로 하는 혈류와 분비는 줄어듭니다. 점막은 촉촉해야 방어합니다. 마른 점막은 작은 자극에도 상하고, 균이 자리 잡기 쉬워집니다.

그래서 반복되는 방광염이나 질염을 저는 "균이 자꾸 들어온다"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 자리가 균을 이겨낼 조건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를 함께 봅니다. 항생제로 균은 없앴는데 몇 달 뒤 또 오는 분들이, 제가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제가 하는 일

저는 이런 분께 골반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둡니다.

먼저 숨을 봅니다. 가슴만 쓰는 숨인지, 횡격막이 실제로 내려가는지, 그 파동이 아래까지 가는지. 그리고 그 파동을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습니다. 굳어 있는 복벽일 수도, 늘 힘이 들어가 있는 골반 바닥일 수도, 오래 앉아 굳은 고관절 주변일 수도 있습니다.

한약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인 것이 빠지는 길, 마른 점막에 다시 혈류와 분비가 돌아오는 조건, 굳은 조직이 다시 미끄러지는 물성 — 이 여러 갈래에 함께 작용해서 그 공간의 환경을 되돌리는 쪽으로 짭니다. 조건이 돌아오면 회복은 몸이 합니다.

그리고 움직임을 돌려드립니다. 약과 시술로 조건을 만들어도, 그 자리를 다시 쓰지 않으면 며칠 만에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골반과 아랫배 증상 중에는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 혈뇨, 고열, 옆구리 통증 — 신우신염일 수 있습니다.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 소변이 아예 안 나오거나, 참을 수 없이 급하고 아픈 경우.
  • 냄새나는 분비물, 발열, 심한 골반 통증 — 감염을 먼저 치료해야 합니다.
  • 폐경 이후의 부정 출혈, 성관계 후 출혈.
  • 갑작스러운 심한 아랫배 통증 — 난소 꼬임, 자궁외임신 등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 대변에 피가 섞이거나, 체중이 줄거나, 배변 습관이 갑자기 바뀐 경우.

이 글은 감염과 종양을 배제한 뒤에 남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순서를 지켜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몸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공간은, 가장 늦게 관심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하루 이만 번의 파동을 받아야 살아 있는 자리입니다. 그 파동이 닿지 않으면 고이고, 마르고, 굳고, 자꾸 되돌아오는 문제가 생깁니다.

저는 그래서 숨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묻습니다. 이상한 질문처럼 들리시겠지만, 제게는 아랫배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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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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