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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26년 7월 13일

안 쓰는 조직은 마릅니다 — 그런데 채워 넣는다고 살아나지 않습니다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오래 안 쓴 조직은 마릅니다. 얇아지고, 분비가 줄고, 혈류가 줄고, 감각이 둔해집니다.

몸의 어느 자리든 그렇습니다. 오래 못 쓴 관절, 오래 못 걸은 다리, 오래 자극이 없던 점막. 처음에는 기능이 조금 줄고, 그다음에는 조직 자체가 위축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답도 뻔해 보입니다. 마른 곳에 채워 넣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피를 더 보내고, 영양을 더 넣고, 좋은 것을 더 공급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이 지점을 생각해 왔고,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위축된 조직은 대응할 힘도 함께 잃습니다

조직이 위축된다는 것은 크기만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의 세포는 처리 능력도 함께 낮춰 놓은 상태입니다. 에너지를 만드는 장치도, 찌꺼기를 치우는 장치도, 갑작스러운 변화를 감당하는 장치도 함께 줄여 놓았습니다. 오래 쓰지 않는 공장이 인력을 줄이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 하는 일이 적으니,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적어진 것입니다.

이런 조직에 갑자기 많은 것을 밀어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참고할 만한, 잘 확립된 현상이 있습니다. 혈관이 막혀 피가 안 통하던 조직에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할 때, 조직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상되는 일이 있습니다. 산소가 갑자기 들어오면서 활성산소가 쏟아지고, 그 조직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의학에서는 이것을 재관류 손상이라고 부릅니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치료에서 실제로 다루는 문제입니다.

여기까지는 확립된 사실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해석입니다. 저는 오래 위축된 조직에도 이와 비슷한 취약함이 있다고 봅니다. 강도는 다르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감당할 준비가 안 된 조직에 공급만 늘리면, 회복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필요한가

조직이 살아나려면 공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최소한 이만큼이 함께 와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신호입니다. 세포는 "일해도 된다"는 신호를 받아야 일합니다. 신경이 신호를 보내고, 호르몬이 조건을 만들고, 주변 세포가 상태를 알려줍니다. 이 신호가 끊긴 자리에는 재료만 쌓입니다.

둘째, 움직임입니다. 조직은 눌리고 늘어나고 흔들리면서 자기 상태를 감지합니다. 뼈는 하중을 받아야 단단해지고, 근육은 늘어나야 자라고, 혈관과 림프는 주변이 움직여야 흐릅니다. 움직임이 없으면 공급도 흐르지 못하고 고입니다.

셋째, 나가는 길입니다. 들어오는 것만큼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맥과 림프가 걷어가지 못하면, 새로 들어온 것은 그 자리에 고여 조직을 더 무겁게 만듭니다.

넷째, 시간입니다. 위축된 조직이 처리 능력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속도보다 빨리 밀어 넣으면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것을 많이 넣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 말이 듣기에는 좋지만, 몸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좋은 처방은 '넣는 약'만으로 짜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가 처방을 볼 때 늘 확인하는 지점입니다.

몸을 회복시키는 처방을 뜯어보면, 밀어 넣는 약만 들어 있지 않습니다. 미는 것이 있으면 받아주는 것이 있고, 고인 것을 빼내는 것이 있고, 굳은 것을 풀어 길을 여는 것이 있고, 그 작용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오래 이어지게 붙잡아 두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 구성을 볼 때마다, 옛 사람들이 "공급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느낍니다. 그저 세게 밀어 넣기만 하는 처방은, 감당 못 하는 몸에서는 오히려 해가 됩니다.

그래서 한약의 힘은 성분 하나의 세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여러 갈래로 동시에 조금씩 작용해서, 그 조직이 놓인 환경을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되돌리는 데서 나옵니다. 환경이 돌아오면 조직은 스스로 회복합니다. 약이 대신 회복시켜 주는 것이 아닙니다. (한약은 무엇을 하는가)

이것이 보약을 "좋은 것을 채워 넣는 약"으로만 이해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보약은 좋은 것을 채워 넣는 약일까)

그래서 진료실에서 제가 먼저 보는 것

기력이 없다고 오시는 분께, 저는 바로 채워 넣지 않습니다.

지금 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인가를 먼저 봅니다. 소화가 되는지, 고인 것이 빠지는지, 움직일 수 있는지, 잠을 자는지. 이것이 안 되는 몸에 좋은 것을 밀어 넣으면 더부룩하고 답답하고 오히려 더 처집니다. 실제로 "보약 먹고 체했다", "먹고 더 힘들었다"는 분이 계신 이유가 여기 있다고 저는 봅니다.

받을 준비를 먼저 만들고, 그다음에 채웁니다. 순서를 바꾸면 같은 약도 다르게 작용합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계속 줄고 기운이 빠지는 경우 — 갑상선, 당뇨, 빈혈, 종양 등 원인 확인이 먼저입니다.
  • 근육이 눈에 띄게 빠지고 삼키기 어렵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 — 신경계 진료가 필요합니다.
  • 다리가 마르면서 걸을 때 종아리가 아파 쉬어야 하는 경우 — 혈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원인이 있는 위축은 원인부터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른 땅에 물을 붓는다고 곧바로 풀이 자라지는 않습니다. 땅이 물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뿌리가 살아 있어야 하고, 햇빛과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몸도 같습니다.

저는 무엇을 더 넣을지를 고민하기 전에, 이 몸이 지금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것이 회복을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가장 빨리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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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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