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될 때 — 좋아진 날 무슨 일이 있었나요
"좀 괜찮다가 또 도로예요. 치료가 안 되는 건가요?"
오래된 병을 고치는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하실 때 대개 나빠진 날만 세고 계십니다.
저는 반대쪽을 물어봅니다. "좋아진 날에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대개 여기서 답이 나옵니다
몸이 좀 가벼워진 날, 사람은 밀린 것을 합니다.
미뤄 뒀던 청소를 하고, 오래 못 만난 사람을 만나고, "오늘은 되겠다" 싶어 평소보다 걷습니다. 그동안 못 한 것이 쌓여 있으니 당연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무너집니다.
이게 되풀이되면 그래프가 톱니처럼 됩니다. 그런데 그 톱니를 만든 것은 병이 아니라 좋아진 날의 과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회복될 만큼만 쓰면 넘어갈 것을, 회복된 것보다 더 쓰니 다시 마이너스가 됩니다.
나쁜 날을 만든 것은 그 전날입니다.
그리고 축마다 속도가 다릅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오래된 병은 한 곳만 무너져 있지 않습니다. 잠도, 소화도, 통증도, 기력도 같이 흔들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이 같은 속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잠이 먼저 잡히고 소화는 아직인 시기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주는 "잘 자는데 속이 더부룩한" 주가 됩니다. 본인은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헷갈리십니다. 한 축이 올라오는 동안 다른 축은 제자리라 그렇습니다.
전체로는 올라가고 있는데, 날마다 보면 이랬다저랬다 합니다.
그래서 하루가 아니라 몇 주를 봅니다
하루하루의 기복은 신호가 아니라 잡음입니다.
몇 주 단위로 보면 방향이 보입니다. 나쁜 날의 바닥이 조금씩 올라오는지, 좋은 날의 간격이 좁아지는지. 바닥이 올라오면 맞게 가고 있는 겁니다 — 나쁜 날이 여전히 있어도요.
그리고 기복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소식만은 아닙니다. 반응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아무것도 안 움직이는 것보다 낫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합니다
좋아진 날의 한도를 함께 정합니다. "오늘 되겠다" 싶은 날에 평소의 몇 할까지만.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몸이 되는 것 같은데 참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나빠진 날의 앞날을 봅니다. 대개 거기 원인이 있습니다.
축마다 따로 셉니다. 잠은 잠대로, 소화는 소화대로. 그래야 뭐가 올라오고 뭐가 그대로인지 보입니다.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은 치료가 안 되는 게 아닙니다.
대개는 좋아진 날에 답이 있습니다. 그날 무엇을 하셨는지만 알아도 톱니가 완만해집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