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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은 차고 가슴은 두근거린다면 — 혈류를 조절하는 자율신경 이야기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혈액은 압력의 차이를 따라 흐릅니다. 심장이 밀어내는 힘, 혈관이 버티는 저항, 정맥이 돌려보내는 힘 — 이 조건들이 매 순간 바뀝니다.

그런데 이 조건을 누가 정하는가. 그 자리에 자율신경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혈압은 두 가지의 곱입니다

혈압은 신비한 숫자가 아닙니다. 심장이 내보내는 양혈관이 만드는 저항, 이 둘의 곱으로 정해집니다. 순환 생리의 기본 식입니다.

그래서 말초의 가느다란 혈관이 좁아지면 같은 양을 보내는 데 더 높은 압력이 필요해집니다. 혈압이 오릅니다. 심장이 나빠서가 아니라 길이 좁아져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돌아오는 피는 사정이 다릅니다

내보내는 쪽은 심장이 맡습니다. 돌아오는 쪽은 여러 힘이 나눠 맡습니다.

그중 큰 몫이 종아리 근육입니다. 걸을 때마다 종아리가 정맥을 짜서 피를 위로 올려 보냅니다. 그래서 종아리 펌프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다리 쪽 정맥의 압력이 올라가고, 다리가 무겁고 붓습니다. 이건 잘 정리된 내용입니다.

오래 앉아 있을 때 벌어지는 일도 실제로 측정한 자료가 있습니다. 몇 시간 앉아 있으면 다리로 가는 혈류가 뚜렷하게 줄고 종아리 둘레가 늘어납니다. 자세가 흐름을 바꿉니다.

호흡과 자세는 압력을 매 순간 바꿉니다. 숨을 쉴 때 횡격막이 오르내리며 가슴과 배의 압력을 바꾸고, 그 변화가 혈액이 돌아오는 데 얹힙니다. (호흡이 몸에 얹는 리듬)

자율신경이라는 조절판

여기서 본론입니다. 혈관을 좁힐지 넓힐지, 심장을 빠르게 뛸지 늦출지를 정하는 것이 자율신경입니다.

교감신경은 심장으로도 가고 혈관으로도 갑니다. 심장 쪽 가지는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관 쪽 가지는 혈관을 조입니다.

그런데 이 신경은 온몸에 똑같이 나가지 않습니다. 부위마다 따로 조절됩니다. 근육으로 가는 교감신경과 피부로 가는 교감신경은 서로 다르게 움직입니다. 피부 쪽은 혈압을 감시하는 되먹임 장치의 조절을 받지 않습니다.

이게 왜 중요한가. "긴장하면 이 증상들이 한꺼번에 온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손발이 차가운 것과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하나의 스위치가 켜져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각각 다른 경로로 조절됩니다.

그래도 함께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만 진료실에서는 이런 분들을 자주 뵙습니다. 손발은 찬데 가슴은 두근거리고, 속은 불편하고, 검사는 다 정상인 분들.

기전이 하나라서 함께 온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방금 본 것처럼 경로는 따로 있습니다. 다만 조절이 한쪽으로 오래 치우쳐 있는 분에게서 이런 조합을 자주 본다 — 이것은 제가 임상에서 본 것이고, 확립된 사실과는 구별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증상을 하나씩 따로 세지 않고, 조절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러면 치료는 어디를 보는가

이 관점에서 한약은 조건을 바꾸는 쪽으로 씁니다. 조여 있는 곳을 풀고, 고인 곳을 빼고, 과하게 올라가 있는 긴장을 낮추는 방향입니다.

다만 흐름과 조절이 몸의 전부는 아닙니다. 몸의 조건은 여러 축이 함께 정합니다 — 화학도, 대사도, 면역도 나란히 있습니다. 순환은 그중 하나이고, 이 글에서는 그 하나를 들여다본 것입니다. (한약은 무엇을 하는가)

기질적인 손상이 의심되면 영상 검사나 다른 진료를 먼저 권합니다. 가슴 통증이 함께 오거나, 갑자기 숨이 차거나, 한쪽 다리만 붓는 경우는 다른 문제일 수 있으니 진료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다만 "검사에는 이상이 없다는데 몸은 계속 힘든" 경우에, 조절판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 — 그것이 제 진료의 출발점 중 하나입니다.


참고한 자료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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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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