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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26년 7월 15일

한약재의 매운맛은 왜 몸에 작용하는가 — 성분이 여는 세포의 문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생강은 왜 몸을 덥히는 느낌을 줄까요. 박하는 왜 시원할까요. 매운 산초를 씹으면 왜 혀가 얼얼할까요.

저는 이 익숙한 감각들이 그냥 '맛'이 아니라 몸의 세포와 성분이 직접 주고받는 신호라는 점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한약이 몸에서 일하는 여러 경로 중 하나입니다.

세포에는 '문'이 있습니다

세포를 둘러싼 막에는 이온채널이라는 문들이 박혀 있습니다. 이 문이 열리면 칼슘 같은 이온이 세포 안팎으로 드나들고, 그 움직임이 곧 신호가 됩니다. 신경이 무언가를 '느끼는' 것도, 근육이 반응하는 것도 이 문이 여닫히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중 TRP 채널이라 부르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문들은 온도와 자극을 감지합니다. 뜨거움, 차가움, 매움, 쏘는 느낌 — 우리가 감각이라 부르는 것의 상당 부분이 이 문을 통해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문을 여는 열쇠가, 뜻밖에도 우리가 아는 약재들 속에 있습니다.

한약재의 성분이 세포막의 이온채널(TRP)에 리간드로 작용하는 방식

약재의 성분이 그 문에 꽂힙니다

성분이 이런 문에 딱 맞아 들어가 문을 여닫게 하는 것을 리간드로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열쇠가 자물쇠에 꽂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확인된 결합입니다.

약재 (성분) 작용하는 문 근거의 무게
생강 (진저롤·쇼가올) TRPV1 — 고추의 캡사이신과 같은 자리에 붙습니다 구조·세포 연구로 확립
계피 (계피알데하이드), 마늘 (알리신) TRPA1 — 쏘는 자극을 감지하는 문 세포 연구로 확립
박하 (멘톨) TRPM8 — 시원함을 감지하는 문 확립
산초·화초 TRPA1·TRPV1 양쪽 세포·동물 연구

생강의 매운 성분이 고추의 캡사이신과 같은 결합 자리, 같은 방식으로 TRPV1이라는 문을 연다는 것은, 채널의 구조까지 파고든 연구로 밝혀져 있습니다. 생강이 '덥다'고 느껴지는 데는 이런 분자 수준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농도의 역설'이 다시 나옵니다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약재에 든 이런 성분은 양이 아주 적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몸이 반응할까요.

답은 문 자체가 증폭 장치라는 데 있습니다. 이온채널은 열쇠 하나가 꽂히면, 그 문을 통해 수많은 이온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신호 하나가 안에서 크게 불어납니다. 그래서 적은 양으로도 충분합니다. 이건 제가 다른 글에서 감각 수용체의 증폭으로 설명드린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한약은 왜 듣는가 — 농도의 역설)

한 성분이 여러 문을 건드립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한 문만 여는 열쇠가 아닙니다. 예컨대 박하의 멘톨은 TRPM8과 TRPA1에, 장뇌(캄퍼)는 TRPV1·TRPV3·TRPA1에 작용하는 식으로, 이런 성분들은 저마다 여러 문을 동시에 건드립니다. 하나의 열쇠가 여러 자물쇠에 맞는 셈입니다.

저는 이것을 한약이 몸에서 일하는 방식의 한 층으로 봅니다. 성분 하나가 여러 문을 건드리고, 한약 한 첩에는 이런 성분이 여러 가지 들어갑니다. 한 곳을 세게 누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점을 동시에 조금씩 건드리는 것입니다. (산성이 된 자리에서 약이 깨어나는 이야기도 같은 그림의 다른 조각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쓰는가 — 그리고 어디서 멈추는가

이 대목에서 저는 조심하겠습니다.

"생강이 TRPV1을 연다"는 것은 확립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니 생강이 이 병을 낫게 한다"로 곧장 건너뛰면 그것은 과장입니다. 성분이 세포의 문에 붙는다는 것과, 그 사람의 병이 나아진다는 것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있고, 그 단계들은 사람과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한약재의 익숙한 맛과 향에는, 세포의 문을 여는 구체적인 분자 작용이 깔려 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한약이 듣는 여러 경로 중 하나로 읽고, 처방을 설계할 때 하나의 근거로 참고합니다. 그 이상으로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원칙은 같습니다. 문을 여는 것이 효과라면, 지나치게 여는 것은 부담입니다. 매운 성분이 자극이자 약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약의 효과와 부작용은 같은 자리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하지 마셔야 할 것

생강도 계피도 박하도, 음식으로 즐기시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이 글을 "그러면 생강을 많이 먹으면 되겠구나"로 읽지는 말아 주십시오. 방금 말씀드린 대로, 문을 여는 것이 약이라면 지나치게 여는 것은 부담입니다. 같은 성분이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자극이 됩니다. 특정 성분을 약처럼 다량으로, 오래, 직접 달여 드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쓸지는 그 사람의 상태에 맞춰 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어디까지가 확실하고 어디부터가 제 해석인지 구분해 드리겠습니다.

확립된 것: 생강·계피·마늘·박하·산초의 성분들이 TRPV1·TRPA1·TRPM8 같은 이온채널에 리간드로 작용한다는 것. 생강 성분이 캡사이신과 같은 자리에서 TRPV1을 연다는 것. 이온채널이 신호를 증폭한다는 것. 이것들은 세포·구조 연구로 잘 확인되어 있습니다.

실험·세포 단계인 것: 위 결합의 상당수는 세포와 시험관, 동물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사람 몸 안에서, 그리고 한약 한 첩이라는 복잡한 조합 속에서 같은 일이 같은 크기로 일어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제 해석인 것: "성분이 여러 채널을 동시에 건드리는 것을 한약 다층작용의 한 층으로 읽는다"는 틀. 이것은 제가 임상에서 세운 관점이지, 증명된 것이 아닙니다.

이 셋은 섞이면 안 됩니다. 섞으면 그럴듯해지지만, 그럴듯한 것과 사실인 것은 다릅니다.

근거 — 이 글이 딛고 선 자료

본문에서 말씀드린 것들은 아래 연구에 기대고 있습니다. 대부분 세포·구조 연구 단계이며, 사람 몸 안에서 같은 크기로 일어나는지는 아직 열려 있는 물음입니다.

  1. Herbal compounds and toxins modulating TRP channels. Current Neuropharmacology, 2008. — 한약·식물 유래 성분들이 TRP 이온채널을 조절한다는 것을 정리한 리뷰.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2645550/
  2. Structural mechanisms underlying activation of TRPV1 channels by pungent compounds in gingers. 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 2019. — 생강의 매운 성분이 고추의 캡사이신과 같은 자리에서 TRPV1을 여는 구조적 근거.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692589/
  3. The pharmacology of TRP channels. 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 2014. — 캡사이신–TRPV1, 멘톨–TRPM8, allyl isothiocyanate–TRPA1 등 채널 약리 전반.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008994/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


생강이 덥고 박하가 시원한 것은 기분 탓이 아닙니다. 성분이 세포의 문을 실제로 여닫기 때문입니다.

한약이 신비해서 듣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문을 하나씩 여닫으며 듣습니다. 저는 그 문을 알고 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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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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