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한약을 먹여도 됩니까
"애한테 한약 먹여도 되나요? 아직 어린데."
부모님들이 가장 조심스럽게 물으시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조심스러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몸은 다르게 반응합니다
이건 "체중이 적으니 양을 줄이면 된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의 몸에서는 약을 처리하는 장치 자체가 어른과 다릅니다. 간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들은 태어난 뒤에도 몇 년에 걸쳐 성숙합니다. 신장이 약을 걸러 내보내는 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같은 약이라도 몸에 머무는 시간과 농도가 어른과 다릅니다.
또 아이는 체중 대비 수분 비율이 높고, 대사가 빠르고, 상태가 급격히 변합니다. 어른이라면 며칠 걸릴 변화가 아이에게는 반나절 만에 옵니다. 좋아질 때도 빠르고, 나빠질 때도 빠릅니다.
여기까지는 소아과에서 다루는 확립된 약리학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아이의 처방을 어른보다 더 좁게, 더 짧게, 더 자주 확인하며 쓰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지키는 원칙
첫째, 목표를 좁게 잡습니다.
어른에게는 여러 문제를 함께 볼 때가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지금 가장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 하나를 정하고, 그것만 봅니다. 욕심을 내면 약이 복잡해지고, 복잡해지면 무엇이 듣고 무엇이 안 듣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둘째, 기간을 미리 정합니다.
"일단 한 달 드셔 보세요"라고 하지 않습니다. 며칠 뒤에 무엇이 달라져 있어야 하는지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그때 다시 봅니다. 예상한 변화가 없으면 약이 틀린 것이므로 바꾸거나 멈춥니다.
셋째, 경계를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약을 먹고 어떤 일이 생기면 즉시 멈추고 연락해야 하는지를 처방과 함께 알려드립니다. 아이는 스스로 증상을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넷째, 성장 자체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키를 키운다, 머리를 좋게 한다 — 이런 목적의 약에 대해 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성장은 유전, 영양, 수면, 운동, 호르몬이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약 하나가 그 판을 바꾼다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이가 먹지 못하고, 자주 아프고, 잠을 못 자서 자랄 여건이 안 되는 경우는 다릅니다. 그건 걸림돌을 치우는 일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이 둘을 분명히 구분해서 말씀드립니다.
아이에게 흔히 도움이 되는 경우
제 경험상 아이가 한의원에 와서 얻는 것이 있는 상황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자주 체하고, 배가 자주 아프고, 잘 안 먹는 경우
- 감기가 나은 뒤에도 기침이나 콧물이 오래 남는 경우
- 밤에 잘 못 자고, 자주 깨고, 예민한 경우
-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는데 반복되는 배앓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검사에서는 큰 이상이 없는데, 아이가 계속 불편해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저는 몸의 조건을 되돌리는 쪽으로 봅니다.
반대로 아이에게 한약이 답이 아닌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건 아래에 적겠습니다.
아이 약은 부모님과 함께 짓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의 문제는 아이 혼자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자는 시간, 먹는 것, 화면 보는 시간, 집안의 긴장. 저는 이것들을 함께 여쭙습니다. 약만 바꾸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면, 약을 끊는 순간 돌아옵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돌아오는 병)
부모님께서 "그건 약이랑 상관없잖아요"라고 하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상관있다고 봅니다. 아이의 몸이 놓인 환경 전체가 곧 치료의 대상입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아이에게는 기다리면 안 되는 신호들이 있습니다. 아래는 한의원이 아니라 소아과나 응급실이 먼저입니다.
- 생후 3개월 미만의 발열 — 무조건 즉시 진료입니다.
- 아이가 축 처지고 반응이 없거나, 깨워도 잘 안 깨는 경우
- 숨을 가쁘게 쉬거나, 갈비뼈 사이가 쑥쑥 들어가는 경우
- 경련을 한 경우
- 물도 못 마시고 소변이 반나절 이상 없는 경우 (탈수)
- 구토가 멈추지 않거나, 초록색 담즙을 토하는 경우
- 목이 뻣뻣하고 심한 두통, 자반처럼 눌러도 안 사라지는 발진
- 열이 5일 이상 계속되는 경우
이 신호들 앞에서 한약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는 이런 아이는 받지 않고 병원으로 보냅니다. 그것이 제 일의 일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약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한약을 먹여도 됩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됩니다"라고 짧게 답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목표로, 얼마나, 얼마 동안, 무엇을 보면서 쓸 것인지 — 여기까지 말씀드릴 수 있을 때만 씁니다. 그리고 그럴 수 없는 아이는 다른 곳으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