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으면 다시 돌아오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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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을 때는 괜찮은데, 끊으면 두 달쯤 뒤에 똑같아집니다."
이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대개 이렇게 물으십니다.
"제가 평생 먹어야 하는 건가요?"
저는 이 질문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제가 무슨 치료를 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약이 하는 일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약에는 몸을 대신하는 약과 몸을 깨우는 약이 있습니다.
대신하는 약을 끊으면 돌아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약은 몸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주고 있었습니다. 대신해 주는 동안 몸은 그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멈추면 원래대로 갑니다.
이것은 약이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약이 자기 일을 정확히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혈압이 위험할 만큼 높다면, 몸이 스스로 조절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그때는 대신해 주는 약이 옳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몸을 깨우려던 치료였는데도 끊으면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그때는 이렇게 봅니다
약이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환경이 그대로였던 것입니다.
제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듯, 약은 아픈 곳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약은 온몸을 돕니다. 다만 무너진 자리의 환경이 달라져 있어서 그 자리에서 다르게 행동할 뿐입니다.
그러니 약이 그 자리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동안에도, 그 자리를 무너뜨린 환경이 그대로라면 약을 멈추는 순간 다시 무너집니다.
물이 새는 방에 걸레질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걸레질을 하는 동안은 바닥이 마릅니다. 걸레를 놓으면 다시 젖습니다. 걸레가 부족했던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 환경을 되돌려 놓는가
그래서 저는 치료가 끝나 갈 무렵 이렇게 여쭙습니다.
"이 병이 시작되기 전에, 무엇이 달라져 있었습니까?"
대개 답이 나옵니다.
- 몇 년째 잠이 다섯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저녁에도 앉아 있다
- 식사가 늘 급하고 불규칙하다
- 긴장을 놓아 본 적이 없다
- 통증이 무서워 몸을 쓰지 않게 되었다
이것들이 환경입니다. 약이 잠시 눌러 놓을 수는 있어도, 되돌려 놓을 수는 없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결국 생활습관 이야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운동하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을 왜 바꿔야 하는지 말하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선생님은 지금 굳은 조직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그 조직이 굳도록 만든 자세와 시간 때문에 아픕니다."
"밤 열두 시에 잠드시면 아침의 호르몬 곡선이 낮아집니다. 그래서 아침이 힘든 것이고, 오후에 정신이 맑아 밤에 또 늦게 주무시는 겁니다."
"통증이 무서워 안 움직이시면, 안 움직인 조직이 더 굳고, 더 아파집니다."
무엇이 무엇을 만드는지 알아야, 그것을 바꿀 마음이 생깁니다. 막연한 권고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치료는 두 갈래로 갑니다
약이 하는 일은 지금 무너진 자리를 되돌리는 것입니다. 굳은 조직의 성질을 바꾸고, 흥분한 면역을 눅이고, 예민해진 신경을 가라앉힙니다.
환자분이 하시는 일은 그 자리를 다시 무너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안 됩니다.
약만 있으면 끊는 순간 돌아옵니다. 생활만 바꾸면 이미 굳어 버린 조직과 이미 증폭된 신경 회로는 그대로 남습니다. 되돌아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리거나,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약으로 되돌리고, 생활로 지킵니다. 이 두 가지가 만나야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 끊는가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약을 줄여도 유지되는가. 갑자기 끊지 않습니다. 조금씩 줄이며 몸이 그 자리를 스스로 지키는지 봅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유지되는가. 추워지면 다시 굳는 분이 계십니다. 한 번의 계절을 넘겨 보아야 압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지되는가. 편안할 때 괜찮은 것과, 부담이 왔을 때도 버티는 것은 다릅니다. 몸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은 후자를 뜻합니다.
이 세 가지가 되면 약은 필요 없어집니다. 몸이 그 일을 다시 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만은 말씀드립니다
모든 병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병은 평생 관리해야 합니다. 어떤 조직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나이가 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양약을 끊으라는 말로 이 글을 읽지 말아 주십시오. 혈압약, 당뇨약, 갑상선약, 항응고제는 위험한 일을 막고 있습니다. 그 약들을 끊는 판단은 그 약을 처방한 의사와 하셔야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그 약들이 손대지 않는 자리 — 잠, 소화, 긴장, 굳은 조직, 예민해진 신경 — 에서 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두 가지는 다투는 관계가 아닙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굳은 조직과 증폭된 신경 회로가 원인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생활습관이 만성 질환의 경과를 바꾼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한약이 이 과정에서 정확히 무엇을 얼마나 하는지는 사람에게서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임상에서 관찰한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지, 증명된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도울 수 없는 병도 많습니다. 약을 끊을 수 없는 병이라면, 끊을 수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이 환자분께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정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려 합니다.
"아닙니다. 다만 약이 되돌려 놓은 자리를, 선생님이 지켜 주셔야 합니다. 그때까지만 돕겠습니다."
약을 끊고도 유지되는 몸. 그것이 제가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