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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2026년 6월 27일

덜 먹는데 왜 안 빠질까 — 인슐린 저항성의 자리

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의료 감수 허지영 대표원장

"먹는 것도 줄였는데 안 빠져요."

이 말씀을 하실 때 대부분 목소리가 작아지십니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안 지킨 것 아닌가,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대사가 나빠졌다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세포가 신호를 듣지 못하게 된 상태입니다.

인슐린은 열쇠입니다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오릅니다. 그러면 인슐린이 나옵니다. 인슐린은 세포의 문을 두드리며 말합니다. "당이 들어왔으니 받아라."

세포가 문을 열면 당이 들어가고, 혈당은 내려갑니다. 이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두드림이 하루 종일, 몇 년째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세포는 두드리는 소리에 무뎌집니다. 같은 소리로는 문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면 몸은 더 크게 두드립니다. 인슐린을 더 많이 냅니다. 세포는 더 무뎌집니다. 몸은 더 많이 냅니다.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입니다. 열쇠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자물쇠가 소리를 듣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살이 안 빠집니다

인슐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얼굴이 있습니다. 인슐린은 저장 호르몬입니다.

인슐린이 높으면 몸은 지방을 쌓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동시에 쌓인 지방을 꺼내 쓰는 일은 멈춥니다. 몸이 판단하기에 지금은 저장할 때이지 꺼낼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 덜 먹어도 꺼내 쓰지 못합니다 — 저장 스위치가 켜져 있습니다
  • 먹고 나면 금세 또 배가 고픕니다 — 당은 혈액에 많은데 세포는 굶고 있습니다
  • 식후에 몹시 졸립니다 — 혈당이 크게 출렁입니다
  • 오후에 단것이 당깁니다 — 출렁인 뒤의 골짜기입니다

적게 먹는데 안 빠지는 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저장 스위치가 켜진 채로 적게 먹은 것입니다.

무엇이 세포를 무뎌지게 하는가

여기서 저는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왜 세포가 귀를 닫았는가.

끊임없는 자극 — 하루 종일 조금씩 계속 먹으면, 인슐린은 내려갈 틈이 없습니다. 무엇을 먹느냐만큼 언제 쉬느냐가 중요합니다.

은근한 염증 — 몸 어딘가에 식지 않는 염증이 있으면, 그 신호가 인슐린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방해합니다.

미토콘드리아의 피로 —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곳입니다. 여기가 지치면, 당을 받아도 태우지 못합니다. 받을 이유가 없으니 문을 열지 않습니다.

— 장이 새면 그 자극이 몸 전체의 염증 기준선을 올립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자리입니다.

자율신경 — 긴장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몸은 계속 혈당을 올려 둡니다.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도망칠 일이 없는데도요.

그래서 목표가 달라집니다

이 관점에 서면, 치료의 목표는 "덜 먹게 하기"가 아닙니다.

세포의 귀를 다시 열리게 하는 것입니다.

  • 인슐린이 내려갈 시간을 만듭니다 — 무엇을 먹느냐만큼 간격이 중요합니다
  • 은근한 염증을 가라앉힙니다 — 신호를 방해하는 잡음을 줄입니다
  • 미토콘드리아를 깨웁니다 — 태울 수 있어야 받아들입니다
  • 장을 정돈합니다 — 염증의 기준선을 낮춥니다
  • 자율신경을 안정시킵니다 — 도망칠 준비를 그만두게 합니다

한약이 여기서 하는 일

이 지점에서 한약의 방식이 의미를 갖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한약재의 유효 성분은 혈액에 도달하는 농도가 매우 낮습니다. 무언가를 강하게 밀어 넣는 방식이 아닙니다. 몸이 조절할 수 있는 크기의 신호를 건네는 방식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너무 오래, 너무 세게 두드려서 생긴 문제입니다. 여기에 또 강한 자극을 넣는 것이 답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필요한 것은 몸이 스스로 다시 조절하도록 깨우는 자극입니다. 낮은 강도의 자극이 오히려 조절 능력을 끌어올리는 현상 — 운동이 몸에 좋은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저는 한약을 그런 방향으로 씁니다. 혈당을 억지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을 되살리는 쪽으로.

그리고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운동은 칼로리를 태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근육은 인슐린 없이도 당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근육은 인슐린의 두드림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동은 잠긴 문을 우회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리고 근육을 움직이면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납니다. 태울 수 있는 몸이 되면, 세포는 다시 문을 엽니다.

마지막으로

인슐린 저항성의 기전은 상당 부분 밝혀져 있습니다. 다만 염증과 미토콘드리아, 장과 자율신경을 한 줄로 꿰어 보는 방식은 제가 임상과 공부를 통해 세운 관점입니다. 확립된 사실과 제 해석을 저는 구분해서 말씀드립니다.

당뇨가 이미 진행된 경우, 또는 혈당이 높게 유지되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와 정기적인 검사가 먼저입니다. 저는 그것을 대신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덜 먹었는데 왜 안 빠지느냐"고 자신을 탓하고 계셨다면, 그것부터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몸이 저장 쪽에 스위치를 걸어 둔 상태에서는, 의지로 이기기 어렵습니다.

스위치를 먼저 옮기고, 그다음에 이야기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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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미르애한의원 광진점 대표원장 허지영 프로필 사진

허지영 대표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병리학(질병의 기전)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같은 대학 본초학 교실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약물을 연구했습니다. 질병과 약물을 양쪽에서 연구한 이력이 진료의 바탕입니다 — "이 약이 왜 이 병에 듣는가"를 병리와 약리 양쪽 언어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과 만성·난치질환, 체형·구조의 문제를 현대과학의 언어로 설명하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제안합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처방과 임상 강의를 10년 이상 해 왔으며, 저서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공동 저자입니다. 이 책은 2018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기술과학 분야 15종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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