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곳을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면
허리가 아파서 허리를 치료했습니다. 잠깐 좋아졌다가 다시 아픕니다. 종아리가 당겨서 종아리를 풀었습니다. 며칠 뒤 그대로입니다.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하신 분들이 진료실에 오십니다. 그리고 대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제 몸이 이상한 걸까요."
이상하지 않습니다. 아픈 곳을 치료했는데 낫지 않는다면, 아픈 곳이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몸은 문제를 견디기 위해 다른 곳을 씁니다
발목을 삐면 그쪽 다리를 덜 딛게 됩니다. 그러면 반대쪽 무릎과 골반이 더 일합니다. 며칠 지나면 발목보다 반대쪽 골반이 더 아파 옵니다.
이것을 보상(補償)이라고 합니다. 몸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짜낸 대책입니다. 문제는, 이 대책이 오래가면 대책을 세운 자리가 망가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환자분이 아프다고 느끼는 곳은, 대개 사슬의 끝입니다. 처음 문제가 생긴 자리가 아니라, 그 문제를 오래 버텨 준 자리입니다.
실제로 겪은 일
제가 본 분 중에, 허벅지 앞쪽이 스치기만 해도 아픈 분이 계셨습니다. 옷깃이 닿는 것도 견디기 어려워 마약성 진통 패치를 붙이고 계셨습니다.
허벅지를 아무리 살펴도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배를 만져 보니 아랫배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습니다. 사타구니 인대의 한쪽이 유독 팽팽했습니다. 그 팽팽함이 허벅지로 내려가는 신경과 혈관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 부위의 긴장을 풀어 드리자, 허벅지의 통증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허벅지에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이분에게는 앞선 사슬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종아리 뒤쪽도 심하게 아프셨습니다. 아랫배의 문제를 버티느라 허리가 과하게 긴장했고, 그 긴장이 종아리까지 내려간 것이었습니다. 아랫배 → 허리 → 종아리. 종아리만 치료해서는 결코 끝나지 않았을 사슬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저는 몸을 부품들의 조립품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유체로 봅니다.
물이 든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풉니다. 몸도 그렇습니다. 한 곳의 압력이 높아지면 그 압력은 어디론가 전달됩니다. 그리고 가장 약한 곳에서 증상으로 터집니다.
- 아랫배의 압력이 높아지면 → 허리가 버팁니다
- 허리가 계속 버티면 →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립니다
- 횡격막이 굳으면 → 호흡이 얕아지고 → 목과 어깨가 대신 일합니다
- 한쪽 골반이 틀어지면 → 반대쪽 어깨가 균형을 잡습니다
그래서 목이 아파서 오신 분의 배를 만져 보고, 무릎이 아파서 오신 분의 허리를 살핍니다. 처음 오신 분들은 의아해하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사슬의 앞을 어떻게 찾는가
영상 검사는 구조를 보여 줍니다. 뼈가 어디 있는지, 디스크가 얼마나 나왔는지.
그런데 보상의 사슬은 구조에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압력이 어디서 어디로 밀리는지는 사진에 찍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손으로 읽습니다.
- 어디가 굳어 있고 어디가 물렁한가
- 누르면 압력이 어느 쪽으로 밀리는가
- 어느 쪽이 먼저 방어하는가
- 한쪽만 긴장한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순서를 되짚습니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쪽부터 시작됐는지. 환자분의 기억이 영상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 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료의 순서가 달라집니다
사슬의 끝을 먼저 풀면 잠깐 편해집니다. 그러나 사슬의 앞이 그대로면 곧 되돌아옵니다. "치료받을 때만 좋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사슬의 앞을 풀면, 끝은 저절로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그 환자분이 그랬습니다.
다만 순서를 지키려면 시간이 듭니다. 당장 아픈 곳이 아니라 엉뚱해 보이는 곳부터 손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왜 그곳부터 시작하는지를 반드시 설명드립니다. 납득되지 않는 치료는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통증이 보상의 사슬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명백한 손상도 있고, 검사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신호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검사를 먼저 권해 드립니다.
또 사슬의 앞을 찾는 일은 늘 성공하지 않습니다. 여러 사슬이 얽혀 있기도 하고, 시간이 오래 지나 원래 순서가 흐려진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짐작으로 단언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픈 곳을 여러 번 치료했는데 낫지 않으셨다면, 그것은 몸이 이상해서가 아닙니다. 아직 사슬의 앞을 못 찾았을 뿐입니다. 그 앞을 함께 찾는 것이 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