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저리고 쥐가 자주 나는데 검사는 정상이라면
손발이 자주 저리고, 밤에 종아리에 쥐가 납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큰 병을 걱정하며 병원을 찾으십니다. 그런데 신경 검사도, 혈액 검사도 정상으로 나옵니다. 마그네슘을 챙겨 드셔도 그때뿐입니다. 그러면 "예민하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돌아오십니다.
저는 이럴 때 저린 손발이나 쥐가 나는 종아리를 먼저 보지 않습니다. 신경과 근육이 잠겨 있는 몸의 화학적 환경을 먼저 봅니다.
왜 저리고 왜 경련하는가
신경과 근육이 얼마나 쉽게 흥분하는지는, 그 세포 바깥의 이온 농도에 크게 좌우됩니다. 그중에서도 이온화된 칼슘이 중요합니다. 이 칼슘은 신경과 근육막의 문턱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온화 칼슘이 낮아지면 문턱이 낮아지고, 작은 자극에도 신경이 쉽게 발화하고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합니다. 저림과 경련은 이 흥분성이 올라갔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이온화 칼슘은 혈액 검사에 흔히 찍히는 '총 칼슘' 수치와 다릅니다. 총 칼슘은 정상인데 이온화된 칼슘만 낮아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는 정상인데 저림은 계속됩니다.
이온화 칼슘을 낮추는 흔한 원인
이온화 칼슘을 조용히 낮추는 원인 중에 제가 자주 마주치는 것이 호흡입니다.
긴장하거나 불안할 때, 혹은 오래된 습관으로 숨을 조금씩 과하게 쉬면 몸에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갑니다. 그러면 혈액이 살짝 알칼리 쪽으로 기울고, 알칼리 환경에서는 칼슘이 단백질에 더 많이 달라붙어 이온화된 칼슘이 줄어듭니다. 손끝·발끝·입 주위가 저리고,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밤에 쥐가 잘 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이 경로 위에 있습니다. 숨이 가쁜데 산소포화도는 정상인 그 상태와 뿌리가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잘 확립된 생리학입니다. 호흡성 알칼리증이 이온화 칼슘을 낮추고 신경근 흥분성을 높인다는 것은 교과서에 실린 내용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임상의 해석입니다. 저는 이런 분들의 저림과 경련을 '칼슘 부족'이라는 단일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호흡이라는 축이 조금 무너지면 몸의 산-염기 환경이 흔들리고, 그 화학적 변화가 신경과 근육의 흥분성으로 번지는 연쇄로 봅니다. 그래서 칼슘 한 가지를 채우는 것으로는 오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는가
저는 두 가지를 같이 봅니다.
첫째, 숨을 되돌립니다. 자기도 모르게 얕고 빠르게, 혹은 자주 크게 몰아쉬는 습관이 있는지 살핍니다. 이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히면 이산화탄소가 제자리를 찾고, 알칼리 쪽으로 기울었던 환경이 돌아옵니다. 이것만으로 저림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둘째, 흥분성이 올라간 몸을 안정시킵니다. 여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오래 예민해진 신경과 근육은 하루아침에 진정되지 않습니다. 진료실을 떠난 시간에도 몸의 긴장을 낮추고 환경을 다독이도록 돕는 것 — 한약이 맡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몸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스스로 안정을 되찾도록 옆에서 미는 방식입니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하는 경우
다만 저림과 경련에는 반드시 감별해야 할 원인들이 있습니다. 한쪽 팔다리에만 갑자기 오는 저림, 힘이 빠지는 마비,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함께 온다면 지체 없이 응급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당뇨로 인한 신경 손상, 목·허리 디스크의 신경 압박, 갑상선이나 부갑상선 문제, 신장 기능 이상도 저림과 경련을 만듭니다. 이런 것들은 먼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저는 눌린 신경이나 화학적 환경으로 모든 저림이 설명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신경과나 내과 검사를 먼저 권해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검사는 정상인데 손발이 저리고 쥐가 난다"는 말을 오래 들어 오신 분께, 그것이 꾀병이나 예민함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몸은 어디선가 균형이 기울어 있고, 저림은 그 기울기를 알리는 정직한 신호입니다. 그 자리를 함께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