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진단이 다를 때, 무엇을 믿어야 할까
"여기서는 이거라고 하고, 저기서는 저거라고 해요. 누가 맞는 건가요?"
세 군데를 다니면 세 가지 이름을 받아 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하나는 틀렸겠거니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다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진단은 창을 통해 본 것입니다
진료는 각자의 창으로 몸을 봅니다.
소화기내과는 위와 장이라는 창으로 봅니다. 신경과는 신경이라는 창으로 봅니다. 정형외과는 구조라는 창으로 봅니다. 각자 자기 창에서 보이는 것을 정확하게 말합니다.
문제는 몸이 창의 경계를 안 지킨다는 겁니다. 하나의 흐름이 여러 창에 걸쳐 있으면, 창마다 다른 이름이 붙습니다. 코끼리 다리를 만진 사람과 코를 만진 사람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데, 둘 다 거짓말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진단이 셋이어도 셋 다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그 셋을 잇는 그림을 못 그렸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간 순으로 늘어놓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여기 있습니다.
가져오신 검사지를 날짜 순으로 펼칩니다. 그러면 가끔 이런 게 보입니다 — 3년 전에 소화가 먼저 무너졌고, 1년쯤 뒤에 잠이 흐트러졌고, 그다음에 통증이 붙었다. 각 병원은 자기가 본 시점의 단면에 이름을 붙였고, 늘어놓고 보면 그게 한 줄기의 서로 다른 지점일 때가 있습니다.
진단명은 사진이고, 병은 동영상입니다. 사진 세 장이 서로 달라 보여도 같은 영화의 세 장면일 수 있습니다.
어느 하나를 고르는 게 먼저가 아닙니다
혼란스러우실 때 대개 "그래서 뭐가 맞느냐"를 먼저 물으십니다. 저는 그 질문을 잠깐 미뤄 둡니다.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 둘을 버리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 둘도 누군가 실제로 본 것입니다. 버릴 게 아니라 어디에 놓일지를 찾아야 합니다.
전체를 잇는 그림을 그리고 나면,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가 따라 나옵니다. 순서가 그렇습니다. (낫지 않는 병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다만 이건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진단이 다르다고 해서 검사를 안 믿으셔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검사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검사 위에서 하는 일입니다. 아직 안 받아 보신 검사가 있으면 그것부터 권해 드립니다.
혼란스러우셨다면, 가지고 계신 자료를 들고 오십시오.
고르는 것보다 잇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리부터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글: 허지영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학 병리학 박사 · 前 경희대 본초학 학술연구교수)